그 동안 머리도 참 많이 길었다. 난 짧은머리보다 긴 머리가 더 잘 어울린다고 누군가 말했었다. 하지만 어느정도 길어지면 내 스스로가 지저분함을 견디지 못하여 머리를 짧게 자르던 어느 해질녘의 여름날처럼 그곳을 다시 찾았을 땐 점포세줌 이라는 글과 함께 문은 굳게 닫혀 있었다. 이럴줄 알았으면 그동안 모아온 쿠폰이나 미리 쓸 걸 - 별일 아닌 생각이 잠시 스쳐지났다.

내가 병상에서  시공간을 잊고 있을 때 작지만 많은 것들이 변해 있었다. 하얀시트카바를 몇번이고 교체할 동안 난 아무런 미동도 하지 못했다. 병원이라는곳은 문병외에는 가지 않았던 내가 그곳에서 생사를 넘나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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立身行道 揚名於後世 以顯父母 孝之終也

부모님에게서 받은 몸을 난 이미 훼손하였다. 물론 효도의 마지막도 불가능하기에 난 평생을 불효만 하며 살고 있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나뭇잎이 흩날리어 내 앞에 떨어진다.
너도 나처럼 아프니? 어느누구의 몸에서 떨어졌을까? 그도 아프겠지만 떼어낸 이의 신음소리가 아직 불어오는 바람에 들려온다. 나무도 나뭇잎을 떼어내야 살아갈 수 있다는 자연의 진리앞에 그들도 어쩔 수 없는 생이별을 한 것일까?

단풍이 되지 못하여 낙엽으로 떨어지지 못한 그에게도 저만의 사연이 있겠지. 그도 한때는 이 우주를 자기집이라 생각하며 엽록소의 친구들과 푸르게 푸르게 영원히 그곳에서 살고 싶었을게다. 하지만 그는 지금쯤 형용색색의 옷으로 갈아입을 친구들과 안녕하며 그가 태어났던 이곳으로 다시 돌아왔다. 멀지 않아 그는 썩어 흙으로 돌아가겠지만 그로 인해 양분이 많아진 그곳에는 또 새로운 생명이 잉태할 것이다. 내가 살아 돌아오던 날, 이 나뭇잎은내가 가야할 그곳으로 갔다. 무심코 떨어진  나뭇잎을 보며 나 대신 그곳으로 간 그를 위해서라도 푸르게 푸르게 살아야겠다.





2008.09.23 01:34 T 0 C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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