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속 60마일

오늘 축구 경기를 보면서
문득 어릴 때 나의 모습이 떠 올랐다.
내가 만약 계속 운동을 했었다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 말이다.

지금의 내 모습을 보면 그 누구나 믿지 않겠지만, 난 어릴 때 운동을 참 잘했다. 왕년에 운동 안 해 본 사람 있나 하겠지만, 난 달리기부터 구기 종목까지 남보다 조금 더 뛰어 났었던 것 같다. 축구나 야구는 거의 독보적이었다. 특히나 달리기는 적수가 없었다. 그 당시 내가 다니던 학교는 학생수가 상당했다. 아마도 3천명은 넘었던 걸로 기억된다. 그 많은 학생들중에 내가 제일 빨랐다고 하면 지금 아무도 믿는 이가 없다. 하지만 그땐 정말 눈깜짝 번개였다. 친구들과 술래놀이 할 때면 언제나 그들은 멀찌감치 날 바라보기만 했고, 내가 술래 일때는 그들이 아무리 멀리 있어도 따라잡곤 했었다. 그래서 그때 붙은 별명이 시속 60마일이었다. 물론 말도 안되는 거짓말이다.

내가 4학년이던 어느 체육날 시간, 교과 과목으로 100m 달리기를 하였는데, 그로부터 몇일 후 체육 선생님이 날 따로 부르셨다. 이유는 학교 육상부 대표로 뽑고 싶어서였다고 했다. 난 그 당시 그것이 무엇인지 잘 몰랐으며 또한 빠르게 달리면 무엇이 좋은지 몰랐다. 훗날에 들은 얘기지만 그 때 내가 학교에서 최고의 성적이 나왔다고 했다.  4학년이었던 그때 나의 기록은 6학년의 선수보다 좋았다고 했다. 그 후로 언제나 난 운동회에서 대미를 장식하는 계주의  마지막 주자가 되었고 학교, 도대표로 전국체전까지 나갔다. 물론 입상도 했다.

그 당시 어린나이에 나는 달리는 것이 무엇인지 몰랐다. 1등 해야겠다는 생각도 없이 그냥 앞만보고 달렸는데 같이 뛴 아이들은 항상 내 뒤에 있었다. 어쩌면 조금 특출하게 뛰어나서 남들보다 조금 빨랐는 것 같지만 아무튼 난 그렇게 달리기는 참 잘했던 것 같다. 내가 학교 육상부 대표로 뽑혔다는 소식에 어머니는 하루가 멀다하고 학교를 오셨다. 아무래도 운동을 하면 학업에 지장이 있기 때문에 어머니는 선생님에게 나를 육상부에서 제외 시켜달라 하셨고  선생님은 아이의 재능이 너무 뛰어나서 그럴 수 없다고 하셨다고 했다. 그것은 내가 6학년 될 때까지 그러했다. 그리고, 중학교에 올라가면서 운동을 그만두었다. 국민학교때 나의소식을 들은 체육선생님이 날 가만 두지 않았지만, 어머니의 끈질긴 만류에 난 운동을 그만 둘 수 있었다. 오래전 어머님과 그때의 일들을 회상하면 어머니는 그러신다.

"네가 그때 운동을 계속 했으면 어땠을까?"

글쎄 어땠을까? 태극기를 가슴에 안고 뛰고 있을지도 모르고. 아니면, 체육 선생님이 되었을지도 모르고 지금처럼 아무것도 아닐 수 있겠지만. 가끔은 그때 내가 계속 운동을 했었다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을 해 본다. 이젠 조금만 뛰어도 헉헉 차오르는 가슴에 힘들지만 나도 한때는 적수가 없는 선수였다고 말한다. 누구나 그러하듯이 말이다.

깊다 못해 무르익어 가는 가을밤에
문득 먼 그날이 생각 나는 건
알코올에 취한 마음에
그 아득한 날 달리는 내 모습을
꿈속에서 한번 보고 싶기 때문이다.
스타트라인에 서 있는 내 자신을 말이다.

 

2008.10.16 00:05 T 0 C 8
 

SIMPLEGIFTS           RECENTPOST          CATEGORY           GUESTBOOK

방황끝에서다

엉거주춤한 나의 일상과 얼렁뚱땅한 나의 음악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