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룩하고 찬란한 눈물의 아름다움


               애니 피셔의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들어봐요. 요즘 23번 "열정" 중 2악장을 많이 듣고 있는데, 예전에는 몰랐던 신비로움 경험하고 있어요.아마도 그건 ...음 .. 베토벤 마지막 피아노소나타 32번의 2악장 .. 그 열반 비슷한걸 느끼는데 순전히  애니 피셔의 연주자 덕분이었어요.  - 2009.5.10

잠시 블로그를 닫고 떠나 있을 때, 한달전 그는 나에게 짧은 안부의 편지를 보내왔었다. 나는 그 답장으로 하나의 세계가 들어 있는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23번 "열정" 을 보내주었다. 그리고 나는 바랬었다. 그도 나와 같은 꽈니까 어쩌면 눈물을 흘리지 않을까하고 말이다. 그리고 오늘 새벽 이 곡에 대한 또 다른 세계에 빠져 들었을 때 나는 나의 눈과 귀를 의심했어야 했다.  아 ~ 도대체 이것의 끝은 어디며 눈물의 끝은 어디란 말인가.



오래전 아주 오래전 그날도 새벽이었다. 나는 그 새벽에 만난 베토벤에게 이것은 열정이 아니라 눈물의 악장이라는 별칭을 붙여줬었다. 그리고 그것은 정말로 오랜 세월동안 돌같이 굳어져 변화지 않았다. 4분음표가 8분음표로 바뀌고 8분음표가 16분음표, 16분 음표가 또 32분 음표로 분산하는 과정은 마치 온몸이 파열 되는 과정과도 같으며  그 격정적인 거친 표현은 갈수록 눈물을 쏟게 하지만 그러나 어찌 알았으랴! 그 과정을 지나온 자에게 허락된 찬란한 아름다움과 거룩한 눈물의 내림라 아다지오가 있었다는 것을, 그래서 나는 그 안에서 또 눈물을 흘린다. 너무나 아름다운 그래서 눈물이 흐를 수 밖에 없는 16분음표 분산화음과와 순간 역동적인 32분 음표사이에서 가슴을 후벼파는 4분음과 8분음, 그것은 피아노시모에서 포르테시모까지 다이내믹한 콘트라스트로 숨이 탁탁탁 막히면서 끊기려는 듯하다. 만약 그것이 끓임없이 혹은 조금더 계속 되었더라면 나는 또 어찌 되었을까! 어쩌면  베토벤은 이렇게 감당하기 힘든 이 모든 과정을 알았을 것이기에 생명의 피아노시모(pp) 를 마지막에 붙이는 배려도 잊지 않았을 것이다. 아~ 희열에 차면서 숨이 끊어질듯하는 나는 - 진정 행복하다.
                                                             악마의 기교 처럼 입체감 넘치고 하드보일드한 저 표정을 보라. 이것은 단지 고도의 테크닉적인 연주와 현란한 손놀림의 곡이 아니다. 고뇌와 평화스러움 그것으로 금욕적인 메세지도 함께 담겨 있으며 그 모든것을 그녀는 그 젊은 나이에 완벽히 그려내고 있다.  이럴 때 사람들은 보고도 믿을 수 없는 모습이라고 한다. 곡의 표제처럼 "열정"적인 수 많은 피아니스트의 꿈에 그리던 로망이었던 이 곡은 곡의 성격상 많은 연주들이 쏟아져 나왔지만 "발렌티나 리시타" 그녀를 듣는 순간 피셔나 박하우스, 나트등의 기념비적인 명연과 60년대 리히테르 호로비츠의 백열한 분위기는 다 버려야 했으며,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의 규범을 제시한 "에밀 길레스" 그 의 강인한 터치를 무기로 하여 압도적인 명연을 펼쳤던 73년 녹음도 이젠 나에게 사라졌고 그녀가 나오기전에 그토록 사랑했던 또 하나의 여인 "애니 피셔"는 이제  또 어쩔것인가. 어쩌면 만나지 말았어야 했던 지난날의 모든것처럼 이 또한 차리리 만나지 말아야 했다.


Beethoven & Valentina Lisitsa
Piano Sonata No. 23 in F minor Op. 57 "Appassionata"  II. Andante con moto - attacca


2009.06.07 21:02 T 0 C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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