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것도 지닌 것 없는 빈 가지이기에
거기,
아름다운 눈꽃이 피어난 것이다.

- 눈 꽃 (법정 ; 살아 있는 것은 다 행복하라 中)

 

스님의 글에는 "맑고 향기롭게" 라는 단어가 자주 등장한다. 스님이 창건하신 "길상사"가 호화롭지 않고 가난하지만 맑고 향기로운 절이 되고자 했던 법문을 걸었듯이 맑은 가난은 부보다 휠씬 값지고 고귀하다고 말한다.  이것은 소극적인 생활 태도가 아니라 지혜로운 삶의 선택이라는 말이다. 즉, 스님의 사상이셨던 "무소유" 란 아무것도 갖지 않는다는 것이 아니라, 불필요한 것을 갖지 않고 꼭 필요한 것을 갖는 것이며 그럴 때 우리의 삶은 보다 "맑고 향기롭게" 피어날 수 있음을 말하고 있다.

바깥세상이 없었던 스님은 "맑고 향기로운" 자연속에 물들였으며, 바깥세상에서 살았던 나는 "찌들고 썩은내 나는 곳" 으로만 돌아다니며 세상 향리에 물들였다. 그리고 그 어느날 모든것이 무너져 내릴 때, 부여잡고 있던 것들을 놓기가 정말 너무 너무 힘들었다. 어쩌면 그것은 "죽음" 이라는 내 인생에 절대 "타협"의 대상이 될 수 없는 것들과 많은 밤을 싸우기도 했었다. 속박의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했던 나는 매일밤 눈물로 삶과 세상을 원망했으며 그 어떤 것으로도 치유될 수 없을 내 자신의 아픔을 죽도록 미워했다. 그리고 그 모든것을 놓기까지 오랜시간이 걸렸고, 모든 걸 놓은 순간 나는 "아직" 남아있는 "희망"이라는 빛을 보았으며 "반"이나 남아있는 내 삶의 "소박한 꿈"을 알게 되었다. 그때부터 나는 그 옛날 나의 "눈물"을 사랑하고 "슬픔"도 감쌀 수 있었다.


나무처럼 - 법정

새싹을 틔우고
잎을 펼치고
열매를 맺고
그러다가 때가오면 훨훨 벗어 버리고
빈 몸으로 겨울 하늘 아래
당당하게 서 있는 나무

새들이 날아와 팔이나 품에 안겨도
그저 무심할 수 있고
폭풍우가 휘몰아쳐 가지 하나쯤 꺾여도
끄떡없는 요지부동
곁에서 꽃을 피우는 꽃나무가 있어
나비와 벌들이 찾아가는 것을 볼지라도
시샘할 줄 모르는 의연하고 담담한 나무

한여름이면 발치에 서늘한 그늘을 드리워
지나가는 나그네들을 쉬어 가게 하면서도
아무런 대가도 바라지 않는
덕을 지닌 나무

나무처럼 살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이것저것 복잡한 분별없이
단순하고 담백하고 무심히
살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2010.03.12 00:10 T 0 C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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