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아 반갑다 


하루하루 불어오는
바람이 너무나 달라, 이렇게 포근한 바람은 정말 오랜만이야  ... 바람아 반갑다.


고독은 드디어 언어를 잃고
깊은 숲에 잠들다
지나가는 바람도
흘러내리는 달빛도
그 얼굴에 검은 침묵을 깃드릴 뿐

수많은 가지 새로
휘뿌리는 별빛도
이 밤엔 오직 한적하여
그리움은 마음에서 숨진다

베개에 지친 피곤
갈하여 타오를 제
스며오는 물소리 물소리
멀고 기인 골짜기로
저 혼자 흘러가는 물소리
눈 감으면 이 마음 고요한 품에 안기어
지나가는 듯 가까운 그 소리

나는 문득 깨어
아무도 없는 하수로 간다.

가시덤불 어두운 숲으로
나는 달려 달려 새벽으로 간다.

물은 맑은지도 모르고
물은 흐린지도 모르고
나는 마음의 슬픈 장미를 살리려
물가로 달리노라, 아무도 모르게

하수(河水)로 간다 - 모윤숙



모윤숙의 시는 감정이나 정열이 앞선다. 그리하여 견고한 언어를 택하기에 앞서서 가슴속에서 흘러 내리는 생각을 그대로 토로해 버린다. 시인은 지금 고독에 지칠대로 있다. 그러나 마음속에 깃든 그리움을 억제할 길이 없어 새벽을 향해 달려 가고 있다. 보일듯 하면서도 보이지 않는 안타까움과 아울러 말할 수 없는 신비감을 주고있다. 하루하루 불어오는 바람이 너무나 다르다. 그래서 그런지 이제는 한번도 쉬지 않고 뛰어도 바람에 숨이 막히지 않는다. 이렇게 포근한 바람은 나를 그리워하는 호수로 데려다주고 별처럼 빛나는 외로움도 준다. 그리움을 억제할 길이 없어 새벽을 향해 달렸던 시인의 말처럼 - 그래, 언젠가 네가 똑같이 물었을 때 변명처럼 했던 말 ... 하지만, 사실이었어. 훗날 네 가슴에도 숨이 차오르면 그때 알게 될거야.


2010.03.25 01:04 T 0 C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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