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십만의 인간이 비좁은 곳에 모여서, 서로 밀치락 달치락하며 그 땅을 못 쓰게 만들려고 아무리 애를 써도, 아무것도 돋아나지 못하게 아무리 돌을 깔아도, 조그마한 틈바구니로 싹이 트는 풀을 아무리 뜯어도, 석탄이나 석유 연기로 아무리 그을려도, 아무리 나무 가지를 베고 짐승과 새들을 쫒아 버려도 - 봄은 어김없이 찾아오며 이 도시에도 그  봄은 왔다. 태양이 따뜻하게 내리쬐면 풀은 생기를 되찾아 움이 트고, 뿌리만 남아 있으면 가로수길의 잔디는 물론 포석 틈새에서도 여기저기 파랗게 싹이 트고. 자작나무며, 포플라며, 벚나무도 찐득하고 향기로운 새 잎을 펼치고 보리수는 벌어진 새 움을 부풀린다. 까치와 참새 비둘기들은 봄을 맞아 즐겁게 둥지를 만들기 시작하고 파리는 양지바른 벽에서 윙윙거리고 있다. 풀도, 나무도, 새들도, 벌레도, 아이들도 모두 즐거워보인 그런 봄이 찾아왔다. 그러나 사람들만은 - 어른들만은 - 자기 자신을 속이고 괴롭히며. 서로 속이고 남을 괴롭히는 것을 그치지 않았다. 사람들이 신성하고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은 이 봄날의 아침도 아니고. 만물의 행복을 위해서 주어진 신의 세계의 아름다움, 평화와 화합과 사랑으로 사람의 마음을 이끄는 이 아름다움도 아니었다. 서로 상대를 지배하기 위해서 그들 자신이 생각해 낸 일들만 신성하고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그것 뿐이었다.
- 부활 中 ; 톨스토이 -




화단앞 모과 나무는 내가 알지 못하는 사이에 파아란 싹을 틔웠으며, 얼마전 가져온 "좀꿩의비듬과" 과 "루비설난" 도 이 봄에 더욱더 소박한 빛을 발한다. 무작정 달렸던 호수에도 목련이 피어나고 개나리 그리고 갖가지 나무들이 싹을 트고 있었다. " 언제 이렇게 피어난 거야 ~" 하며 한참이나 나는 조심스럽게 그들을 만지작거리고 하고 껴안아보기도 한다. 하루하루가 다르게 불어오는 포근한 밤의 호수를 달리면서 그들이 오늘은 어떻게 변했을까 하며 그들을 만나러 가는 그 시간이 하루 스물네시간중 내가 가끔 기다리는 시간이다. 좀꿩의



Schubert -  Daphne Am Bach, D 411 (Arleen Auger)

듬 루비설난





2010.04.14 21:16 T 0 C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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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황끝에서다

엉거주춤한 나의 일상과 얼렁뚱땅한 나의 음악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