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득 떠난 무박 섬여행







섬과 섬을 잇는 대교 두곳을 지나 뱃길로 30분, 그리고 찻길로 20분을 더 달려 주변 경관이 물에 씻은 듯 깨끗하고 단정한 세연정(洗然亭)에 도착한 시간은 오후 1시쯤이었을게다. 그시간을 달려오면서 나는 몹시 피곤했으며 몸은 지칠때로 지쳐있었다.

몸을 식히려 시냇물이 흐르는 그늘 아래 바위에 누워 본 하늘위로  나뭇잎 하나가 사멸하는 모습을 본다. 나는 한참이나 그것을 바라다 보며  혼자서 중얼거렸다. 

 " 뭐가 그렇게 아쉽니? 
  
그냥 나처럼 놓으면 편할텐데 ...
   
나도 너만큼 사랑했고
  
너만큼 그리워 했음에 그럼 된거야  ...
  
이 세상에 영원한 것은 없다는 걸
  
아프지만 받아 드려야 해 ..."



꽃마다 열매가 되려고 하고

아침은 저녁이 되려 하나니
변화고 없어지는 것 말고는 달리
이 세상에 영원한 것이란 없다.

눈부시게 아름답던 여름까지도
가을이 오자 조락을 느끼려 하매
나뭇잎이여, 바람이 너를 유혹하거든
끈기 있게 가만히 달려 있거라.

네 유희를 계속하며 거역지 말고
가만히 그대로 내버려 둘지니
바람이 너를 떨어뜨려서
집으로 불어 가게 하여라.

 낙엽 - H.헤세

 




온갖 사화(詞華)들이
무언(無言)한 고아(孤兒)가 되어
꿈이 되고 슬픔이 되다.

무엇이 나를 불러서 
바람에 따라 가는 길

별조차 떨어진 밤

무거운 꿈 같은 어둠속에 
하나의 뚜렷한 형상(形象)이
나의 만상(萬象)에 깃들이다
  
동경(憧憬) - 김광섭





내가 행담도(휴게소)에 도착한 시간은 새벽 3시었다. 수원과 안산 그리고 일산에서 친구를 만나고 집을 떠나 12시간만인 새벽 3시에 홀로 그곳에 도착하였다. 태양이 찬란하게 내리 쬐는 오후나 가로등이 켜지는 어둠속에서 보았던 몇몇의 낯선 모습들을 뒤로하며 내가 그곳으로 간 이유는 오래전 새벽을 달려 그곳 바다위에 떠 있는 별들을 바라본 기억이 있기 때문이었다.

 
그 빛은 내가 본 별중에 가장 아름다웠으리라 생각된다. 오래전 나는 그 별이  보고 싶을 때마다 집에서 대략 1시간 남짓 걸리는 그곳으로 찾아 가곤 했었다. 그것은 잠을 자다가도 그러했고, 별이 유난히 밝게 빛나는 날이면 더 그러했다. 문득 나온 그 새벽에 갈곳 없는 나를 반겨준 바다위의 별은  그 자리에서 변화지 않고 나를 늘 반겨 주었던 것 같다. 나는 그날 낯설게만 느껴지던 모든 것들을 그 별빛속에 묻고 나를 용서함으로서 그 별아래서 잠시 잠을 이루고  나를 찾아 떠나온 섬으로 향할 수 있었다.



나를 찾아서 문득 떠났던 여행 ...
그속에서 나는
한없는 슬픔속에서 울고 있는
나의 모습을 보기도 했었고,
행복한 나날에 솜사탕 먹으며
해맑게 웃고있는 나를 보기도 했었지,
내가 지나온 시간 속에
그 어느것 하나 버릴 수 없는 슬픔과 기쁨들
언제까지나 사랑한다.



진정한 여행이란 나를 찾아서 떠나는 것이라고 했던가
수 많은 섬들이 보석처럼 흩뿌려진 그곳에서 나를 찾아 떠나온 외로운 섬 하나를  발견했다.



2010.05.31 01:03 T 0 C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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