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에 깨었지, 베란다로 나가보니 가로등만 거리를 밝히고 모든 불빛은 밤과 함께 잠들었다. 새벽2시 - 맨발에 슬리퍼를 신고 현관문을 나서니 찬바람이 온몸을 감싼다. 

집 앞 가게는 얄밉게도 문을 닫아 버렸네. 할수 없다. 집에서 조금 떨어진 편의점으로 발걸음을 돌린다. 고요한 적막속에 슬리퍼소리가 유난히 요란하게 들린다. 누군가 말하겠지, 이 새벽에 누가 저렇게 다닐까? 그러면 난 대답하지 - 이 새벽에 슬리퍼를 신고 다니는 사람 마음이야 오죽하겠어요?

편의점에 도착하여 술과 안주를 사서 흡족한 마음으로 돌아온다. 발이 시럽다. 그보다 더 시려운 것은 내 마음속에 나를 억누르고 있는 것. 이렇게 밤이 되어도 잊혀지지 않고 어두울수록 생생해지며 나를 이곳까지 데려왔다.

잠들어도 깨어있음이고 깨어있어도 꿈을 꾸는 듯한 이 순간, 하지만 난 이 시간이 좋아, 난 이 시간을 사랑해, 난 나를 사랑해 ... 그런데 알코올이 부족하다. 또 다시 슬리퍼를 끌고 가야하나. 이번엔 양발을 신어야겠다. 

2007 11 19



2008.05.12 19:37 T 0 C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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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황끝에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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